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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공연 하나’가 일상이 될 수 있을까?···인디 공연 덕후들이 만든 ‘먼데이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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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훈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4-05-2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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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 생일이니까 친구들이랑 파티하는 것처럼 공연을 반말로 진행하려고 해. 괜찮…지? 응! 괜찮아! 마리 하고 싶은거 다 해~
월요일인 지난 6일 저녁, 인디 아티스트 김마리의 <해피마리데이> 공연이 열린 홍대 구름아래소극장. 200석을 꽉 채운 관객들이 쑥스러워하며 ‘반말 콘셉트’를 시작한 김마리에게 큰 소리로 화답했다. 이날 공연은 실제 5월6일이 생일인 가수의 파티처럼 꾸며졌다. 공연 포스터는 어린 시절 친구와 주고받던 파티 초대장처럼 알록달록했다. 관객들에게는 파티용 고깔모자가 지급됐다. 1시간 30분 간 이어진 라이브 공연은 진짜 친구들이 만난 것처럼 복작복작한 분위기였다.
규모는 작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김마리 맞춤형’으로 제작된 듯한 이 공연은 인디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을 기획하는 ‘먼데이프로젝트’(이하 먼프)가 주최했다. 먼프는 실력은 있지만 무대에 설 기회는 적은 인디 뮤지션들을 발굴해 그에 맞는 공연을 기획해 선보이는 공연 기획사다. 2014년 첫 공연을 선보인 뒤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 먼프를 꾸려가는 박성자 총괄매니저, 장하림·이예진 매니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시작은 ‘입덕’이었다. 박 총괄매니저는 어느날 인디밴드 ‘내 귀에 도청장치’를 좋아하게 되면서 인생의 진로를 바꿨다. 원래 하던 일을 접고 홍대의 라이브클럽, ‘에반스라운지’에서 공연 기획 일을 시작했다. 일을 하다 보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인디 뮤지션들은 이렇게 많은데, 인스타 좋아요 구매 평일 공연에는 늘 사람이 없었다. 인지도가 있는 인디 밴드들은 죄다 주말 무대에만 섰다. 평일 저녁, 한두 명의 관객을 앞에 두고 노래를 하는 가수들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평일 공연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 저녁마다 공연을 하는 먼프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박 총괄 매니저가 5년간 갈고 닦은 먼프는 2019년 공연 테크 기업인 엔터크라우드의 합류로 본격적인 ‘브랜드 공연’이 됐다. 이제는 월요일 뿐 아니라 ‘평일 공연 활성화’ 라는 모토 아래 금토일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요일에 공연을 한다.
먼프팀의 매니저 세 명은 모두 인디 덕후다. 일할 때는 일로, 퇴근 후나 휴일에는 취미로 라이브 공연을 보러 다닌다. 장하림 매니저는 대학 때부터 공연 기획 일을 꿈꾸다 2020년 먼프에 합류했다. 이예진 매니저는 먼프의 관객이었다가, 현장 스태프로 일한 것을 계기로 지난해 입사했다. 홍대 인디씬의 재미있는 점은 관객이 1인 프리랜서 기획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공연을 즐기다 스스로 기획까지 하게 되는 거죠. 저희 팀의 공통점은 ‘덕업일치’를 했다는 겁니다. (박 총괄매니저)
먼프는 지난해 110개의 공연을 올렸다. 대부분의 인디 뮤지션들은 단독 공연을 하기 어렵다. 소속사도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공연을 기획하고, 일정 수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수익을 내기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먼프의 독특한 점은 ‘아티스트의 상황에 맞는’ 적정 규모의 공연을 기획한다는 것이다. 먼프 공연의 객석은 50석부터 시작한다. 50석으로 첫 공연을 한 아티스트가 성장 가능성을 보이면 다음 공연은 100석, 그다음은 150석으로 차차 규모를 키워나갈 수 있게 시차를 두고 1년에 3회의 정도의 공연을 기획한다. 홀로 분투하는 인디 뮤지션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다. 이번에 200석 규모의 공연을 한 김마리도 첫 공연 객석 수는 50석이었다.
장 매니저는 아티스트가 공연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고 말했다. 저희가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아니지만, 인디 아티스트들도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게끔 일종의 매니지먼트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게 먼프와 다른 공연 기획사와 다른 점입니다.
먼프 무대에 설 인디 아티스트를 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라이브 가능 여부다. 박 총괄매니저는 음악의 좋고 나쁨의 기준은 애매하지만, 대원칙은 라이브가 반드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덕심’을 바탕으로 일을 하다 보니 기획한 공연이 아티스트, 팬들의 취향과 정확히 일치하는 짜릿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예진 매니저는 지난 2월 인디 뮤지션 김승주의 공연을 기획하면서 ‘곰팡이 가족의 여름’, ‘교환학생’ 이라는 곡의 무대 배경으로 각각 숲과 바다가 나오는 영상을 깔았다. 평소 좋아하는 뮤지션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장면이었다. 공연 후기에 ‘배경이 너무 아름다웠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 매니저는 기획자로서 의도한 것이 공연에 그대로 묻어난 것 같아 뿌듯했다고 했다.
먼프는 지난해부터 지방 공연도 시작했다. 월요일 저녁 부산 상상마당 인근에서 인디 공연을 열자 조용했던 주변 상권이 갑자기 활기를 띠었다. 장 매니저는 공연을 보고 바로 서울로 가는 분들도 있지만, 1박을 하면서 주변 식당을 이용하는 선순환을 보면서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제 꼭 10년이 된 먼프를 만들어나가는 이들이 바램은 그때나 지금이나 ‘평일 공연 활성화’다. 퇴근 후 영화관에 가거나 헬스장에 가는 것처럼, ‘가볍게 공연 한 편’ 보고 집에 가는 것이 일상이 되길 바란다. 그래야 좋은 아티스트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공연을 보는 게 특별한 날이 아니라 매일이길 바래요. 그렇게 사람들이 새로운 뮤지션을 더 많이 접하고, 그들이 더 사랑받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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